7년 동안 학생야구를 찍으면서 얻은 것들
학생야구를 처음 보기 시작했던 것은 2018년입니다. 당시 응원팀 1차 지명이 유력했던 선수를 보러 목동야구장에 들렀습니다. 당연히 카메라를 들고 갔고, 그 선수 소속 학교의 시합이 저 뒤에 예정돼 있는데도 손에 카메라가 있으니 당연히 앞 경기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고, 사진을 찍었으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몇 장 올렸고, 그러다 보니 선수들과 온라인에서 소통을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다음 시합에도 갔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처음엔 사진 찍어달라는 선수들 부탁을 거부하기가 힘들어 사진을 찍었지만, 그러다 보니 금방 고교야구 매력에 빠졌고 직장일에 틈이 날 때마다 목동야구장을 찾았습니다. 2018년 그해 여름 목동이 진짜 더웠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꼼짝 않고 사진 찍으면서 ‘내가 참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혼자 읊조렸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2018년에 지인의 추천으로 <더그아웃 매거진>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소위 ‘덕후’인 프로야구팬을 인터뷰하는 기사였는데, 당시 저는 고등학교 야구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고교야구는 선수들이 매일매일 쑥쑥 커요. 로드무비 같아요. 저는 지난 5월부터 ㅇㅇㅇ 선수가 너무 궁금해서 보러 갔어요. 그런데 그때 봤던 (2학년) 선수들이 이번 2018롯데기 고교야구대회에서 굉장한 성장을 보여주더라고요. 또 토너먼트 경기가 대다수니까 한 경기 한 경기 집중력이 대단해요.” (더그아웃 2018년 12월 92호 <DUGOUT Otaku_사다드, 우니미>에서 일부 발췌)
인터뷰 때 했던 말들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거기에 7년의 시간이 디테일을 더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처럼 살고 있는 지금은 물론이고, 회사를 다니며 짬짬이 목동과 기장을 찾았던 그 시간들이 사진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2018년 고3이었던 친구들이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만큼 시간이 흐른 뒤 보니,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이 진리임을 매 순간 실감합니다.
선수들은 타석에서, 마운드에서, 그리고 수비에서 자신을 증명해 보이려 애씁니다. 선수들이 매 순간 짓는 표정에서 혹은 무표정에서조차 저는 삶에 대한 투쟁을 느낍니다. 그래서 셔터를 누르면서 웃기도 울기도 속상해하기도 환호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선수들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선수들을 이해함과 동시에 제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7년 동안 아마야구 사진을 찍으면서 아이들과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넘치게 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봤던 모습들을 부모님들이 직접 보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부모님들이 아이들 사진을 찍으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 사진, 이래서 찍어야 한다!
요즘 핸드폰 사진 기능이 발전해 웬만한 아이들 사진은 ‘폰카’로 가능합니다. 그런데 야구는 핸드폰으로 찍기 어렵습니다.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폰으로 찍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이미 선수는 화면에서 사라져버린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게다가 거리도 멀고 ‘그물’이라는 막강 방해물도 존재합니다. 그러다 보니 졸업 후 시합 사진 한 장 없다고 아쉬워하는 부모님들 또한 계셨습니다.
한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정말 다양한 표정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관중석에서 거리가 있다 보니 주의를 기울여 보더라도 그런 표정들을 발견해 내기가 어렵습니다. 주말마다 아이들 야구를 보러 야구장에 오시면서도 내 아이의 생생한 표정을 보지 못하시는 게 개인적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 아이가 그런 표정을 지을 줄 몰랐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요즘은 아마야구장을 찾는 팬분들이 많아 예전에 비해 사진을 접하기가 쉽습니다만, 좀 더 자주, 좀 더 많이 보고 싶은 게 부모님들의 당연한 바람일 것 같습니다. (저도 늘 이 부분이 죄송스러웠어요 ㅠㅠ)
게다가 부모님 입장에서 정말 사진으로 남기고 싶으셨을 리틀, 초등, 중학교 때 야구 사진은 없는 게 보통입니다. 팬분들이 거의 찾지 않아서 부모님이 아니면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야구를 했던 그 시절을 많이 그리워합니다. 그런 시절의 사진이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선수들은 사진을 좋아합니다.(요즘은 영상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긴 하지만요..) 퀄리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그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이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걸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며 놉니다. 예전에 중학교 시합 후 너무 간절하게 자기 사진 좀 달라고 해서 급하게 찾아 줬더니 얼굴 가린 채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 친구들과 댓글로 노는 모습에 허탈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게 또래 아이들에게 중요한 부분이란 걸 그땐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한편 놀이를 넘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버텨내기 위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 사진을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의지가 어울리는 사진과 함께 올라올 때면 절로 응원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 사진은 부모님들의 '삶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어느 아버님께서 고교 졸업앨범을 주문하면서 그러시더군요. 아이의 사진이지만 자신에게도 추억이라고요. 야구를 시작한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부모님들은 자신의 시간을 아이들에게 투자하십니다. 아무리 자식 일이라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솔직히 지금도 가늠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졸업앨범을 만들 때 선수들이 아니라 부모님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사진으로 채울 때가 많습니다. 만약 직접 찍은 사진이라면, 아이들과의 추억이 훨씬 더 선명하게 오래도록 남지 않겠습니까? 부모님의 시간이 총천연색으로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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