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만 있으면 무조건 된다
2008년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한 저는 이제 사진기를 드는 게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이 됐습니다. 돌이켜 보면, 엄마가 주신 가로 10센티미터 세로 8센티미터의 자그마한 콤팩트 카메라가 아니었다면 ‘찍사의 세계’에 들어갈 생각조차 못했을 것 같습니다. 당시에 부모님께서 사진을 찍고 계셨지만 전 정말 사진 찍을 생각이 1도 없었거든요.
그 사진기로 야구장에서 사진 찍을 생각을 했던 것도 신기합니다. 다음 사진은 700만 화소짜리 '똑딱이'로 2008년 5월30일 잠실야구장에서 찍은 이대호선수의 사진입니다
지금 핸드폰으로 찍어도 저보다 더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정말 어디 내놓기 부끄러워할 만한 사진입니다. 똑딱이 카메라의 성능은 딱 저 정도였고, 저는 알면서도 지치지 않고 찍어댔습니다. 그물에 초점이 맞춰지는데도 뭐, 선수가 누구인지 알 수만 있으면 되지 싶었어요. 토스 배팅 땐 그나마 한 자리에 있으니 괜찮았습니다. 러닝 사진은 꿈도 못 꿨고요. 그나마 연습은 낮시간이었으니 사진 찍는 게 가능했지 저녁부터 밤시간대에 열리는 시합 사진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시합 전 훈련 사진이라도 열심히 아주 많이 찍었고 블로그까지 개설하면서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선수 사진을 올리면서 연습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 그리고 시합에 대한 감상을 글로 적었습니다. 그만큼 저는 그때, 사진의 퀄리티보다는 그 사진을 찍으면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말하는 게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에 대해 1도 몰라도 괜찮다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프로야구를 찍을 때부터 많은 분들이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었냐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때마다 제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정신없이 찍다 보니 한 장 얻어걸린 거예요!”
저는 종종 사진 찍기의90프로는 ‘장비 마련’이라고 말합니다. 그 90프로 중 90프로는 장비를 사기로 결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장비가 있으면 야구장에 가지고 나가게 되고 돈이 아까워서라도 찍다 보면 정말 한 장이라도 건집니다. 그 ‘한 장’의 설렘이 다음에 또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 찍게 만들고요.
앞에도 언급했듯이 700만 화소짜리 똑딱이로 열심히 찍어대다 보니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 바디와 렌즈를 구입하게 됐고 야간 경기가 주인 프로야구를 찍어내기 위해서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장비를 장만하는 게 가장 높은 허들입니다. 일단은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거의 유일한 허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장비만 있으면, 아이들 인생샷을 찍어줄 준비가 다 됐다고도요. 이후엔 그저, 야구장에 사진기를 가지고 가 셔터를 누르면 됩니다. 그게 다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사진이면 족하다
사실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뒤 사진 촬영과 관련된 강의 몇 개를 들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데 사진 찍으시라는 '강권'을 하기 위해서 무식이 탄로나도 되는 건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야매'라는 말에 딱 들어맞게 정말 대충 문제없으면 그냥 해버리는 사람이라 더 그랬습니다. 이렇게 하시면 된다고 말하지 못한다면 주장에 진심이 있어도 안 내보이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결론적으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거 몰라도 사진 찍는 게 문제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거죠.
사진 찍기 기술을 알려주는 많은 전문가분들은, 좋은 퀄리티의 사진 생산을 전제하십니다. 특히 큰 사이즈 사진으로 인화했을 때 구도, 빛, 색감 등이 완벽한 그런 사진을 염두에 두고 정보를 줍니다. 분명 알아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식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수준의 스킬을 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동적 피사체보다는 모델이나 풍경 같은 정적인 대상으로 찍는 사진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가르쳐 주는 지식들을 가지고 야구장에서 사진 찍는 저에게 상상으로 적용해 보았는데 어떻게 해도 견적이 안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야구장에서 구도까지 생각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빛도 그렇습니다. 사실 사진을 생각한다면 빛에 따라 자리를 옮겨 다니는 게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야구조차 그러다 보면 시합 장면을 놓칩니다. 나 없는 사이에 선수가 적시타 혹은 홈런이라도 칠까 봐 화장실도 참는데요. 프로야구장은 더 하죠. 표를 여러 장 구매하였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자리 옮겨 다니며 찍는 건 쉽지 않습니다.
야구사진을 찍은 지 18년 차지만 여전히 저는 플레이하는 선수를 제대로 찍어내기만 해도 족합니다. 그런데 저 지식들은 모른다고 해서 문제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 게시물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사진 인화, 졸업앨범 혹은 ‘베이스볼코리아’ 잡지에 실릴 만한 퀄리티의 사진을 찍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 업그레이드도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전에는 이런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일부러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수준 이상에서는 사진 퀄리티는 결국 장비의 퀄리티로 연결되고 그건 결국 비용 문제가 됐기 때문에, 취미생활로 하는 저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저야 찍은 사진으로 하는 게 블로그 혹은 인스타그램 게시에 불과했으니 굳이 사진의 질을 높일 필요성도 못 느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진의 기초는 분명 중요합니다. 다만, 전 야구사진 이외의 사진을 찍을 생각이 없다 보니, 그냥 와닿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야구사진 이외엔 정말 초짜만도 못한 초초짜의 결과물을 내보일 수밖에 없는 것일 테고요.
사진 찍는 것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정말 하나도 모르는데 제대로 찍을 수 있냐라는 의문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나 나한테 필요한 건 그저 인스타그램 게시용 사진 한 장이라고 생각한다면, 폰으로 찍을 수 있었으면 그랬을 텐데 그건 안되니 좀 무거운 카메라를 쓸 뿐 핸드폰으로 찍은 정도의 퀄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사진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질 겁니다. 정말 그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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