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어떤 걸 사야 하나요?]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장비 구입과 관련된 개인적 경험
그동안 제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디와 렌즈는 어떤 걸 사야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어봐야겠다고 마음먹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비 구입 역시 장고(長考)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전 이 부분에 있어 시행착오가 컸습니다. 프로야구 시합을 찍겠다는 목표는 분명했는데 그걸 위해서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무지했거든요.
예를 들어 프로야구는 야간 경기가 대부분인데 장비를 고를 때 이 부분에 대한 고려를 전혀 못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노이즈를 견디지 못했고 단기간에 장비를 여러 번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프로야구 야간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비용이 들 수밖에 없었는데 전 그냥 제 예산 내에서 소화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무지’와 ‘무모함’이 결국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만약 처음 진입할 때 장비 구입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결국 진입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는 좋은 카메라와 렌즈를 구입하라고 조언할 겁니다. 어차피 저는 십수 년을 사진을 찍으며 살았을 테고 그렇다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장비가 주는 발전 기회라는 것이 있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저에게 장비에 대해 문의하시는 부모님들껜 다른 대답을 합니다. 망원 렌즈는 꼭 필요하고 만약 포지션이 외야 거나 하면 좀 더 멀리 찍을 수 있는 망원 렌즈가 필요하실 거다. 그것만 빼곤 다 예산 내에서 선택하시라고요.
아주 다행스럽게 학생야구는 주로 낮에 하기 때문에 좋은 장비를 사야 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합니다. 게다가 우리의 목표는 작품 사진이 아니라 그날 시합을 기억할 수 있는 그럴듯한 사진 한 장이니까요. 또 찍어보니 사진 찍는 게 취향에 맞아 욕심이 생긴다면 그때 가서 더 좋은 장비로 업그레이드를 고민하면 될 일입니다.
사진은 ‘장비 빨!’ 그러나...
제가 아는 사진작가님은 특히 야구 사진은 ‘장비 빨’이라고 단언하십니다. 개인적인 스킬로 메울 수 있는 장벽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캐논 100-400 렌즈의 경우 초점을 잡을 때 3미터 내의 거리에서는 초점이 안 잡히도록 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야구장은 사진 찍기에 있어 그물이 가장 큰 장애물인데 이 기능 덕분에 그물 넘어 피사체에 초점을 쉽게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좋은 렌즈의 경우 10미터까지 설정할 수 있더군요. 그걸 알았을 때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럼 그물에서 좀 떨어져서 찍는 경우에도 그물의 방해를 피할 수 있으니까요.
(설명) 캐논 EF 100-400mm F4.5-5.6L IS Ⅱ USM의 측면부 사진. FULL은 렌즈의 최소 근점 초점거리부터 무한대까지 초점을 잡을 수 있으며, 3m~∞는 3미터부터 무한대까지 초점이 구동됨을 의미합니다. 만약 후자로 설정하면 3미터 이내 초점이 있을 경우 그물에 초점이 잡히지 않아 비교적 용이하게 선수에게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연사 속도는 물론 화질 등도 비쌀수록 좋습니다. 즉 사진 장비는 비싼 만큼 돈값을 합니다. 비쌀수록 야구 사진을 좀 더 쉽게 찍을 수 있는 기능들이 제공되니 ‘장비 빨’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예산이 적은 경우 포기를 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특히 낮에 주로 시합하는 학생야구의 경우 다행히 굳이 좋은 장비가 아니라도 그럴듯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장비 선택할 때 이것만 생각하자!
렌즈 초점거리
렌즈를 살펴보면 ‘mm’로 표기된 숫자가 보이실 겁니다. 그게 그 렌즈의 초점거리입니다. 이 숫자가 커지면 멀리 있는 피사체를 좀 더 크게 찍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야구에서는 망원렌즈가 필수입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목적 자체가 야구장 풍경을 찍으려는 게 아니라 우리 아들을 좀 더 크게 잘 찍어내고 싶은 거니까요.
야구장에서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를 사용하면 아들이 점처럼 찍힙니다. 또한 망원렌즈가 아니면 그물의 방해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야구장에서 핸드폰으로 찍었을 때 느낌을 떠올리면 이해되실 거예요.
초점거리 200mm인 렌즈가 일반적인데, 예를 들어 더그아웃 근처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파울존이 넓지 않은 경우엔 이 정도로도 타석과 마운드에서의 사진을 찍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조금 멀리 찍히기도 하는데 그건 나중에 후보정을 통해 주변을 잘라내면 되니 큰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러나 선수들 표정을 보는 게 어렵고 조금 먼 거리, 예를 들어 1루 쪽 더그아웃 근처에서 3루를 찍는 경우 초점 맞추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외야수는 찍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아이의 포지션이 외야수인 경우 수비 사진을 찍는 건 200mm로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웬만하면 다 찍고 싶다면 300mm 이상을 추천해 드립니다. 렌즈는 한 번 구입하면 오래 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을 겁니다. 중고도 괜찮은데 좋은 렌즈일수록 중고 가격도 만만치 않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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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초점거리 176mm인 사진 | (설명) 초점거리 286mm인 사진 |
저는 캐논 EF 70-300mm f/4-5.6 IS M을 사용했는데 노이즈가 많이 생겨 캐논 EF 70-200mm F2.8L USM 렌즈에 필요한 경우 1.4배 익스텐더(렌즈에 부착해 초점 거리를 늘려주는 장비)를 물려 사용했습니다. 이후 캐논 EF 100-400mm F4.5-5.6L IS Ⅱ USM으로 바꿨는데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코로나 때 야구장 관중석에 못 들어가고 외야 멀리서 찍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100-400 렌즈로 그나마 타석 영상은 찍을 수 있었거든요.
다만 주의할 점은, 망원렌즈의 경우 28-200mm 같이 렌즈 초점 거리에 작은 숫자가 있다면 가까운 데 있는 피사체 또한 찍을 수 있지만 100-400mm처럼 비교적 큰 숫자부터 가능한 렌즈라면 가까운 거리의 피사체를 찍기 어렵습니다. 초점이 안 잡히기도 하고 얼굴만 크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초점 거리가 짧은 렌즈를 하나 더 가지고 다닙니다만 찍고 싶은 대상을 바로 담아내지 못해 아쉬운 경우가 많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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