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힘든 어려움은 초점 맞는 사진을 찍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돌려 생각하면 초점만 맞춰도 선방한 셈이고 있어 보이는 사진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야구는 시합 자체가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어떤 단면을 담아내든 선명하게만 보여준다면 그럴싸하게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초점 맞는 사진을 찍기 위해선 우선 ‘그물’을 피해야 합니다!
망원렌즈는 초점거리가 길어 그물 너머에 있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면 그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망원렌즈 끼고 사진을 찍고 있으면 아주 가끔 그물 안 찍히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럼 전 가타부타 말없이 찍은 사진을 재생해 보여드립니다. 야구사진을 찍으면서 비싼 카메라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가끔 그물에 반사된 빛이 반영되기는 하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고요.)
제가 쓰는 캐논 100-400100-400 렌즈의 경우 초점을 잡을 때 full로 잡을지 아니면 3미터 거리 이후부터 잡을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full일 땐 그물에 딱 붙어 찍지 않는 한 그물에 초점이 잡혀 여러 번 반셔터를 눌러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3미터 거리 이후부터 초점을 잡는 기능을 사용하면 3미터 거리 내에선 초점 잡을 때 그물이 잡히는 경우를 거의 피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장비빨’이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러나 '초점거리 조절레버' 같은 게 있어 full이든 3미터든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망원렌즈는 기본적으로 줌인을 통해 그물 너머의 선수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야구에서 망원렌즈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지요. 그러니 꼭 비싼 렌즈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사실 그물만 잘 피한다면 야구 시합에서 초점을 따질 일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습니다. 사진기자들이야 한 상황에서 타자도 찍고 투수도 찍으며 수비 상황 시 야수도 찍어야 하니 초점을 맞추는 게 일이겠지만 부모님은 아들과 동료들만 찍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피사체가 특정되면 움직임 없을 때 반셔터 눌러 초점 잡은 뒤 기다렸다 움직이면 연사로 찍으면 되니까요.
구체적으로 공격과 수비로 나누어 말씀을 드리면 좀 더 쉬우실 거예요. 예를 들어 공격 때라면 타석에 선 선수가 투구를 기다릴 때 초점을 잡은 뒤 연사를 찍으면 되고, 타격 후 1루로 뛸 땐 그 모습을 따라가며 서둘러 반셔터로 초점을 맞춘 뒤 또 연사를 찍으면 됩니다. 원래 찍던 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다시 초점을 잡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수비 장면 역시 타자가 준비할 때 수비수에게 초점 맞추고 기다리고 있다가 움직임이 발생하면 쫓아가면서 셔터를 누르시면 됩니다. 만약 외야수라면 굳이 초점 안 맞추고 있더라도 타격 후 공이 외야까지 가는 동안에 선수의 위치를 찾아 초점을 잡으면 됩니다. 만약 투수라면 타자의 타격폼 사진 찍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지 자세 때 초점 맞춘 뒤 공 던지는 것을 연사로 찍으면 되고요.
플레이가 담긴 사진은 어떻게 찍어도 괜찮아 보입니다. 그리고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킬이 아니라 시합에서 눈을 떼지 않는 집중력 정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레 겁먹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를 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플레이가 찍힌 사진을 아들에게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들 어깨가 1cm는 올라갈 테니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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